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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일기

[신앙일기] 어느 장례식장을 다녀와서


모두가 여름철 휴가로 바쁜 8월 3일 월요일에 외가의 한 친척분이 상을 당하여 급히 고향의 장례식장을 다녀 왔습니다.
돌아가신 분은 78세의 외숙모로 장례식장에서 가족들을 통하여 전해들은 얘기로는 평소에도 심장쪽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경제적인 사정때문에 병원 진단을 받지 않고 시골에서 근근이 한약방에서 조제하여 준 약으로 견디시다가 급기야 저혈압에다가 심근 경색이 발병하여 대구의 한 병원에서 기나긴 생을 마감하셨다고 합니다.

해운대에 열린 하늘
해운대에 열린 하늘 by flowerguy 저작자 표시

인간이 이땅에서의 삶이 고단하면 하늘에서라도 편히 쉬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할 것 같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모두 교회에서 장로, 권사의 직분으로 섬기고 있지만 외숙모는 교회와는 완전 담을 쌓고 사셨으니 하늘에서의 삶이 현실보다 더 큰 고통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남겨진 가족보다 그 인생이 너무 불쌍하고 애처롭습니다.

장례식장은 단체 문상객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우기 가난하게 사시다 가셨으니 장례식장은 그야말로 썰렁하기 이를데가 없었습니다. 적막하기만 한 장례식장에 상주들을 보니 기독교 장례식에서 느끼는 편안함과는 달리 상주들의 몰골이 그야말로 초췌하기 이를데가 없었습니다. 상주들이 몸단장을 하지 않는 것은 어느 곳이나 동일하겠지만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특이한 상주들의 옷차림이었습니다. 베옷을 겉에 걸쳤는데 양팔을 끼지 않고 한팔만 끼고 옷고름을 앞으로 동여 맨 모습이 어찌보면 우수꽝스럽기조차 하였습니다.

나도 여러번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보았지만 처음보는 옷차림이라 주위에 조용히 물었으나 아는 분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교회 권사님이신 다른 외숙모님으로부터 그런 옷차림의 이유를 알았습니다.
상주인 자식들은 부모의 시신을 관에 넣기 전에는 저런 불편한 옷차림을 한다고 합니다.

초등학교때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옛날 효자들은 부모를 떠나 보내면 3년 동안 무덤 곁에 움막을 짓고 세수도 하지 않고 옷도 갈아 입지 않고 부모님의 묘소를 돌본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그 전설같은 이야기를 오늘날 친척의 장례식장에서 이상한 모습으로 발견하였습니다.
3년 동안 세수를 하지 않고 옷도 갈아 입지 않고 수염도 깍지 않는다니....
허이구야~~

그 분들은 젊었을 때 마을마다 있는 교회 한번 방문하지 않고 그렇게 지냈나 봅니다. 분가한 형제들은 일요일이면 가장 멋진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고 온가족이 손을 잡고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며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은 귀신 보따리같은 예법에 얽매여 인생을 다 허비하고 결국에는 급사하여 초라하게 방문객도 없는 빈소에 외로이 홀로 누워 있습니다. 그리고 자식들은 끝도 모를 그 유산을 대물림하여 기괴한 옷차림으로 꼬질꼬질하게 서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그 집안은 예전부터 머리가 비상하고 재주가 많은 집안이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은 손재주가 비상하여 지금도 대한민국의 한복업계에서 몇손가락 안에 드는 기능인입니다.
막내는 머리가 비상하여 시골에서 서울대학교에 합격을 하여 당시 동네를 떠덜썩하게 했던 수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온형제가 몰락하여 동네에서 그 흔적조차 찾기 힘이 들 정도입니다.
동네에서 주변의 집은 모두 현대식으로 올수리를 하여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지만 그 집만은 움푹 들어간 지대에서 입구도 찾기 어려울 정도의 폐가같은 집에서 기거를 하셨습니다.

장남은 회사에서 두 팔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여 결혼도 하지 못하고 바퀴벌레 마냥 어두운 골방에서 나오지를 않습니다.
둘째의 하나밖에 없는 딸은 한복만드는 재주가 탁월하여 전국대회에서 입상도 여러번 하였지만 남편과 이혼을 하고 혼자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세째는 그래도 가장 잘 풀린 것이 동국대를 졸업하고 전문대에서 강사를 하고 있으며 부인도 대학교수이지만 무슨 일인지 이번 장례식장에서는 얼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막내는 서울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 졸업하였고 지금은 나이 45세인데 결혼을 하지 못했으며 지금 백수처럼 살고 있습니다.

sunset over a church in seoul
sunset over a church in seoul by ㅁboy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오늘이 장례를 치르는 날입니다.
멀쩡하던 날씨마저 오늘은 아침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온통 질척거리고 있습니다.

명절이 되어도 고향에 변변이 내려 오질 않으니 이제 큰 일이 아니면 또다시 몇십년이 흘러가겠지요.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들도 인생의 주인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그 집안에도 복음의 밝은 빛이 비쳐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