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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에세이

[신앙에세이] 과감하게 승부하라


우리교회 오선생님에 대한 세번째 글입니다.


어제 오선생님 가게를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저녁 수요예배를 마치고 갔으니 가게는 한참 바쁠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기다리지 않고 막바로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보다 다소 살이 찐 모습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보면 '돈 좀 벌었다' 생각하겠지만 내 눈으로 보기에 그리 평안한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원인은 영적인 영양 결핍이겠지요. 하나님의 백성들은 주식보다 영적인 양식이 제대로 공급이 되어야 만사가 제 자리를 찾고 술술 풀려갈 것인데 가장 중요한 것이 막혀 있으니 웬지 모를 불안감과 허전함을 느낍니다.


다행히 가게를 내 놓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잘한 결정이다'고 부인이 있는 주방에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여 주었지만 또다른 잘못된 선택이 되지 않도록 기도하며 부부가 합심하여 결정하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가정에 경제적 빈곤이 밀려 온다면 초신자 가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이 될 수도 있기에 거듭 냉정하게 결정하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자기 생각에는 모든 것이 잘 풀려갈 것이라 예상했었노라고 얘기합니다.
하나님도 만났고 기도도 했는데 자신이 이렇게 교회를 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일 줄은 몰랐다고 고백합니다.
아직 현실에서 사단의 실상을 모르는 초신자들이 흔히 갖는 착각입니다.
그들은 막연하게 기도만 하면 만사가 술술 풀리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도 후에 신자들이 행할 지혜로운 선택을 우리는 곧잘 잊어 버립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대적이 '사단'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그들의 지혜와 힘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내가 청년때 만난 귀신들린 할머니는 청년 3-4명이 달려 들어도 쉽게 제압하지 못할 육체적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날카로운 지혜는 한창때의 청년들의 머리로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들 마귀는 우리의 생각, 단점까지 모두 꿰뚫고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그들의 대적이 될 수 없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그들이 우리를 속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가 없는 것이지요.

일요일에 과감하게 가게 문을 닫아 사단에게 빌미를 주지 못했던 것은 체인점의 현실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은 온전히 믿지 못하는 그의 마음때문이었습니다. 사도행전의 아나니아와 삽비라 같은 경우입니다. 왠지 다 하나님께 바치면 내 생활이 핍절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것을 사단이 파고들어 그들에게 죽음을 준 것처럼 오선생님에게도 일요일 매출 100만원 가량을 놓칠 수 없었나 봅니다. 이제는 지난 일이지만 나는 초장에 과감하게 일요일에 문들 닫고 기도함으로 금, 토요일에 대박을 쳐서 일요일 영업분을 상쇄할 수 있게 과감하게 도전해 보지 않았냐고 말했지만 그것을 받아 들일 신앙적 결단이 그에게는 없었습니다.

주일에 문을 닫고도 영업에 지장을 전혀 받지 않았던 신원그룹이나 이랜드의 실험을 아직 그가 모르고 있는지 아니면 알고도 감히 실행할 수 없었는지 시간이 촉박하여 다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다음 번에는 좀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대화해 볼 참입니다.


우리가 능수능란한 사단을 상대함에는 좀더 과감한 신앙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사단이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선제 공격으로 사단의 진열을 흩트릴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도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요일 영업 정지.
가장 장사가 잘 된다는 일요일에 과감하게 가게 문을 닫고 하나님의 백성임을 선포하는 모습.
이 짜릿한 기쁨은 아는 사람만 압니다.
비록 그와 같은 결정으로 장사가 망하여 문들 닫더라도 하나님은 그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제 그가 전도했던 가족들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교회를 출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도 자책감이 들어 그들에게 교회출석에 대한 조언을 감히 하지 못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와 사단의 전투는 KO패는 아니더라도 완전한 판정패입니다.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나의 마음도 왠지 불편합니다.
다음 사단과의 전투는 지금의 패배를 안고 가는 싸움이라 더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요.
이래 저래 하릴없이 나의 속만 타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