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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에세이

[신앙에세이] 하나님 부부관계, 어찌하나요?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한다는 통설이 있는데 그것이 선교사들에게도 적용되는가 봅니다.
 
어제 몇년 째 조금씩 후원하고 있는 T국의 선교사님으로부터 기도편지가 도착하였습니다.
가끔씩 후원자들에게 선교지 소식도 전하고 기도도 부탁하는 선교사님이었기에 느지막하게 오늘에야 개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편지는 다소 의외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늘상 보내오는 '선교지에서 어려움이 많이 있지만 희망을 보고 있다'는 내용이 아니라 그 동안 부부관계의 어려움이 있었음을 고백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니 선교사님이 '웬 어려움?'
처음에는 뜨악했지만 이내 깊은 공감과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교사님은 23세의 열혈청년때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영접하고 28세에 결혼을 하고 32세에 선교가 자유롭지 못한 T국에 선교사로 파송되었다고 합니다. 피끓는 열정으로 선교와 훈련을 병행하였지만 한 곳에서는 부부가 서로 성숙되지 못한 모습으로 끊임없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생활이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파송된 지 5년, 결혼한 지 10년 만에 만신창이가 된 부부 선교사는 지친 영혼을 추스려 국내에서 안식년을 지내면서 뒤늦게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23세때 만났던 '성령의 불' 체험을 이제는 개인이 아니라 가정에, 부부에게, 자녀에게 임하기를 기도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힘을 얻고 다시 선교지로 돌아 간 선교사님은 끊임없이 불어 닥치는 현존하는 위험 앞에서 또다시 꿈들대며 일어나는 이기적인 생각들(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가? 아내가 좀더 나에게 힘이 되었더라면....내 아내의 역량이 이것 밖에는 안 되는가?)을 잠재우며 좀더 성숙된 남자와 성령의 사역자가 되길 소망하며 기도를 부탁한다고 끝맺음하고 있습니다.


편지는 어찌보면 자기를 후원하는 분들에게는 치명적인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사역지에서의 5년을 부부생활로 허송 세월했고 아직까지 성숙되지 못한 모습을 내 비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고백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매우 흐뭇한 기분이었고 그 부부 선교사에 대한 뜨거운 기도가 절로 솟구쳐 흘러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도 별수없는 인간이며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존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 따져 본다면 그들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나약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기도하지 않고 너무 태평하고 거만하게 목을 꼿꼿이하고 오늘 하루를 아무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이 부끄러운 것이겠지요.

이사야, 박뵈뵈 선교사님의 가정과 사역위에 10년전 내렸던 성령의 불이 다시 임하길 기도합니다.


P 지니™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