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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칼럼

[신앙칼럼] 억지로 지고 간 십자가


2010년도 사순절(節)[각주:1] 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면 그리스도인이면 누구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되새기며 경건하고 엄숙하게 보내야 하지만 오늘날은 사순절을 선포하지 않는 교회도 많고 성도들도 그냥 흐지부지하게 지나가는 것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사순절 기간이 되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함께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의 어머니인 마리아, 빌라도, 로마 병정, 도망간 제자들, 제자 요한, 여인들입니다. 저는 또 한 사람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간 구레네 사람 시몬입니다.

시몬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대인이면서 구레네에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북이스라엘과 남유다가 앗수르와 바벨론에 의해 멸망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살게 되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구레네 시몬은 아마도 유월절 행사로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하기 위해 상당한 기간 동안 저축을 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그는 그 부푼 꿈을 안고 먼거리를 걸어서 예루살렘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는 상당히 감격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예루살렘 방문 길은 엉뚱한 곳에서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왁자지껄하게 거리가 소란한 가운데 한 죄수가 채칙을 맞으며 십자가를 지고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 우연히 그것을 구경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어깨너머로 내려다 본 그 청년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그 무거운 십자가를 더 지고 갈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자 로마병정은 구경꾼 틈에 서 있던 건장한 청년 시몬에게 억지로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게 합니다.

"마침 알렉산더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시골로부터 와서 지나가는데 그들이 그를 억지로 같이 가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를 지우고"(막15:21)

로마의 식민지 시민으로서 항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그는 청년 죄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속으로 '재수 옴 붙었다'고 그 죄인과 자신을 원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십자가를 지고 만 그는 할 수 없이 죄인과 함께 골고다 언덕 길을 올라 인류 역사 최대의 사건인 그 죄인의 처형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십자가에 달린 분이 예수라는 사람이며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목도하게 됩니다.

그 이후 시몬은 성경에 더 이상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아들인 알렉산더루포는 이후 교회에서 꽤 알려진 위치에 있었음을 성경학자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바울은 그의 서신서에서 루포의 어머니를 내 어머니라고까지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롬16:13)

구레네 시몬에 의해 뿌려진 복음의 씨는 오순절 다락방에 그 지역의 많은 사람들을 동참케 하였습니다.

"브루기아와 밤빌리아, 애굽과 및 구레네에 가까운 리비야 여러 지방에 사는 사람들과 "(행2:10)

억지로 지고 간 십자가.
얼떨결에 동참하게 된 골고다 길.
하나님은 그렇게도 우리에게 다가오시니 우리는 한시라도 투정할 일이 아닌가 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1.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주일 전 40일 동안의 기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