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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일기

[신앙일기] 하나님께 가져갈 선물


주일 성수에 대한 세번째 포스팅입니다.

여러분은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선물을 드린 것처럼 하늘 나라에서 하나님을 뵈올 때 드릴 선물을 준비하셨나요?
전도를 많이 하신 분들은 주렁 주렁 전도한 영적 자녀들을 하나님께 데려 갈 것이고 그 외 다른 사람들은 각자가 준비한 삶의 열매들을 하나님께 가져 가겠죠. 그리고 아마 이도 저도 없는 사람들은 우리 자체가 선물이라며 자위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만의 독특한 선물을 지금이라도 한번 준비해 보시면 어떨까요?


저는 예전부터 이것은 하나님께 가져갈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대학교 4학년때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장사하시는 분들은 가게 문을 닫는 것이 주일 성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고 직장을 다니는 분은 직장에 가지 않는 것이 주일 성수가 될 것이다. 그러면 학생인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주일 성수일까?'
참 엉뚱한 의문이죠?

저는 그렇게 해서 마침내 결론에 이른 것이
'학생이라면 주일에 공부하지 않는 것이 주일 성수가 될 것이다'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실행에 들어 갔습니다.
주일에는 철저히 공부를 하지 않고 교회 청년들과의 교제와 집에 와서는 성경을 펴들고 말씀을 읽거나 아니면 종교 서적을 읽었습니다.

이윽고 시간이 흐른 후 시험 기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래도 저는 흔들리지 않고 이 계획을 죽 밀고 나갔습니다.
월요일 첫째 시간에 전공 시험이 있더라도 절대 주일에는 공부를 하지 않고 밤 9시까지 교회에 머물러 청년들과 교제를 하거나 아니면 집에 와서 성경을 읽었습니다.

월요일에는 새벽기도를 갔다 온후 두꺼운 전공 서적을 펴들고 밀린 공부를 하였습니다.
자, 여러분 결과는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시험에 내가 아는 문제만 나오거나 아니면 성령의 은혜로 눈앞에 전공 서적이 왔다 갔다 했겠습니까?
천만에요.
아무 생각이 안 났습니다.
온통 머릿속이 하얘서 도무지 한 글자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경영학이 전공이라 시험 문제는 객관식이 아니라 교수님이 칠판에 직접 분필로 적어 주는 1-2문제가 다 입니다.
객관식이라면 연필이라도 굴리지만 칠판에 '0 0 0 에 대하여 논하라'고 딱 한두 문제만 냅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자기가 공부한 것을 토대로 그 문제에 대하여 서론, 본론, 결론을 도출해 냅니다.
그래서 대충 공부한 사람과 철저히 공부한 사람과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게 됩니다.

저도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꽤 잘한 편이었습니다.
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거의 교과서를 외우다 싶이 해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외우려고 외운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과서라고 해 봤자 몇권되지 않으니 자꾸 읽다 보면 자연적으로 교과서가 거의 외워 집니다. 시험 문제를 보면 교과서가 눈에 선하게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시험 문제의 정답이 교과서 어디 쯤 왼쪽 위인지 오른 쪽 아래인지 대충 짐작이 갔습니다.

그러나 대학교 시험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결론을 도출해 낼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몇 개의 법칙만 떠올라도 대충 살을 붙이고 권선징악(?)적인 내용으로 마무리하면 중간 정도의 성적은 누구나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은 여파로 도무지 본론은 고사하고 서론의 첫글자가 떠오르지 않으니 8절지 시험지를 아무리 큰 글자로 메꿔 나간다 해도 다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용감한지 맨 앞자리에 앉았으니 옆친구들 시험지에 눈도 돌릴 수 없었고.....

그 당시 친구들 중에는 컨닝으로 대학교 장학금을 타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물론 컨닝을 하더라도 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야 그 내용이 전공 서적 어디쯤에 있는지 파악이 되겠지요.
강의실이 7-800명 이상이 들어가는 대강의실에 조교 2명이 감독관으로 오니 뒤쪽에서는 책을 펴놓고 시험을 보기도 하고 옆친구들 시험지를 몇발자국 걸어가서 훔쳐보는 것도 아주 쉬운 일이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렇게 해서 학점을 날리지는 않았지만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졸업을 무사히(?) 하였습니다.
졸업하고서는 5월까지 취업이 되지 않아서 휑한 도서관에서 아는 얼굴을 만날까봐 조바심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제게 그 당시 시험을 보는데 전공 서적이 눈앞에 왔다 갔다하고 아니면 불리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떡하니 취업을 하게 되었다면 제가 그 사실을 하나님께 가져갈 선물이라고 지금까지 가슴 뿌듯해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록 좋지 않은 성적으로 취업에도 고생하고 오랜 시간동안 직업때문에 고생한 것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 한때 말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저 자신과의 싸움에 타협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을 저는 저의 훈장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 훈장은 아마 '과부의 두렙돈'(막12:42), '냉수 한 그릇'(마10:42)과 함께 예수님께 드려질 3대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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