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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일기

[신앙일기] 회사와 하나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주일에 만났던 신학을 준비하는 집사님(2009/11/29 - [신앙일기] 저는 집사가 좋습니다)으로 인하여 저의 옛날 일이 많이 생각나는 요즈음입니다.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아래의 얘기를 하면 낯 간지러운 일이고 교만 가득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블로그이니 용서하시고 가볍게 들어 주세요^^



Outeiro da Glória
Outeiro da Glória by Rodrigo_Soldo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동안 취업을 하지 못해 나는 물론 여러 사람에게 염려를 끼친 적이 있었습니다.
어렵게 학비를 댄 가족들과 매주일 얼굴을 마주치는 교회 후배들과 식구들을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동기들은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이 확정되어 하나 둘씩 도서관을 떠나갔지만 저는 3월이 되었어도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이 되니 힘도 빠지고 대학교 4학년때 너무 교회 일에 몰두한 것이 후회도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4월쯤에 이미 취업을 하여 직장 생활을 하던 친하게 지내던 동기생이 급하게 저를 찾아 왔습니다.
입사 동기생중의 한명이 갑자기 퇴사를 하여 결원을 보충해야 하는데 그 친구가 저를 추천하였던 것입니다.
그 친구의 회사는 대구 지역에서 손꼽히는 섬유회사로서 꽤 이름이 나 있는 회사였습니다.
 
이미 취업 시즌은 끝났고 1명을 보충하기 위해 대대적인 비용을 들여 공채를 하기에는 어려운 여건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서둘러 입사 서류를 제출하였고 무난히 통과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입사는 무난하리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대하던 취업이 이제 눈 앞에 펼쳐지는 것입니다.

이윽고 마지막 통과 의례인 면접을 보기 위해 면접장에 도착하니 회사의 여러 임원들과 회장쯤으로 보이는 머리가 온통 백발인 강한 인상의 사람이 면접장 중앙에 자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면접은 회사의 규모답게 아주 세세한 질문까지 이어졌고 시간이 20여분이 훌쩍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질문은 날카로왔지만 저는 예전에 없이 너무나 답변을 막힘없이 잘 하였습니다.
아니 답변을 잘 하였다기보다 제가 아는 문제만 물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시사 문제며 전공 지식, 비젼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제가 생각해도 저의 답변이 신기할 정도로 조리있게 답변을 잘 하였습니다.

이제 예상 질문이 바닥이 났는지 임원 몇명이 서류를 덮는 것이 옆눈에 들어 왔습니다.
회장님도 이제는 허리를 뒤로 젖히며 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고서는 흘러가는 듯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네 이력서 종교란에 보니 기독교라고 적었는데 이제 입사하여 회사가 바쁘게 되면 휴일에도 나와서 근무해야 될 지도 모르는데 괜찮겠나?"
예.회사가 바쁘면 당연히 직원들은 휴일을 반납하고 출근하여야 될 줄로 압니다"

그러자 회장님은 고개를 끄떡이며
만약에 자네 회사하고 종교하고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면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이런 질문은 이미 제가 준비한 예상 질문에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월급을 받아서 제가 생활을 해야 하는 부분이고 종교는 영적이고 정신적인 부분이라 서로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게는 모두가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쯤되면 회장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단계였습니다. 그러나 회장은
"그래도 만약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순간 제 가슴 저 밑바닥에서 뜨거운 기운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회장님. 저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습니다.
현재 제게 회사도 중요하지만 저를 구원하시고 오늘날 저를 있게 한 하나님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저는 교회를 선택하겠습니다"

일순간 면접장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서류를 접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제게 쏠렸습니다.
한참동안 나를 바라보며 할말을 잃었던 회장은 고개를 끄떡이며
"어, 그래, 그래. 알았어 나가봐요."
저는 속으로 씩씩거리며 면접장을 박차다 싶이 나왔으며 이후로 저는 보기좋게 떨어졌습니다.
세상에 회사 면접에 뭐 저런 질문이 다 있겠습니까

제가 취업할 당시 회사에서는 회사의 화합분위기를 저해하는 네비게이토 선교회 일원을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회사와 타협을 거부하는 그 선교회 소속 졸업생들은 거의가 입사를 포기하고 방문 학습지 교사를 하는 것을 제 주위에서 보았습니다.


한달 후에 저는 서울의 한 회사에 취업이 되었으며 나를 탈락시켰던 그 섬유회사는 IMF 시절에 부도 소식과 함께 법정관리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현재 큰 돈을 벌어 떵떵거리며 잘 살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으며 행복한 교회에서 영적인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회사에 탈락하고 한동안 입사 기회를 놓친 애통함과 질문의 분함에 힘도 들었지만 저의 신앙고백에 후회는 없습니다.
제가 만약 그 회사에 입사가 되었다면 고액의 연봉과 조직에 순응 잘하는 저의 성격상 순한 양이 되었겠지요.
회식 자리에서는 분위기를 맞춰주기 위해 같이 술잔을 기울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진리에 대한 무관심과 진실에 대한 무딘 감정은 저의 인생을 분명히 공허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은 로보트 같은 생활이 되었겠지요.
현재 저는 생활은 풍족하지 않지만 진리에 목마르고 영원한 것에 대한 소망을 가지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