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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일기

[신앙일기] 저는 집사가 좋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직분이 집사인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대학교때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영접하고 아주 잠깐 '현재의 진로를 바꾸어야 하나'라고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주 쉽게, 가던 길을 계속 가겠다고 결심을 하였고 기꺼이 경영학도의 길을 다 마쳤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때문에 힘들어 하곤 했지만 나의 길에 후회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몇년전에 우연히 만난 사람이 저의 외모와 착 깔린 목소리를 듣고는 목회자냐는 소리를 듣고 저는 아주 강하게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몇달후 이번에는 예언 사역을 하시는 한 목사 사모님께서 저를 보시더니 '사명자같다'는 얘기를 하시는데 저는 가슴 한 군데서 쿵하고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신실하게 예언 사역을 하시는 사모님이 저보고 '사명자같다'고 하시니 저는 영낙없이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서 여려 어려운 일이 닥친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과 이 늦은 나이에 신학대학원에 들어가서 젊은 청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영어책을 들고 씨름할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여 밤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 길은 내가 갈 수 없는 길이며 가고 싶지 않은 길임을 이유를 조목 조목 들어 하나님을 설득(?)시켰습니다.
그러나 점차 기도는 '내가 가야 할 길이면 한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가자'로 이어졌고 마음이 다소 진정이 되었습니다.
다시 그 목사 사모님을 만나서 방언 기도를 받았고 이제는 하시는 말씀이 '사명자는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얼마나 마음이 시원하고 후련하던지....
그래서 나에게 '사명자 사건'은 헤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오늘 교회 로비에서  교회 연합회 일을 같이 하던 타교회 집사님을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평소에 신앙적인 모습보다는 우스갯소리 잘하던 집사님이었는데 이번에 총신대학원에 입학 시험을 쳤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정을 가지고 37세라는 늦은 나이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그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습니다.
"와 집사님 결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십니다. 소명은 언제 받았습니까?"

"소명? 그런 건 없어요. 우리는 누구나 소명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이건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입니까
집사의 길에서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는데 소명이 따로 없었다니....

그 이후에 이어진 그와의 얘기는 가관이었습니다.
벌써 주위 교회의 교육 전도사 사례비를 다 파악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받을 사례비와 사모가 될 사람의 피아노 학원의 수입을 합쳐서 생활이 되지 않으면 목회자의 길을 때려 치우겠다는 것입니다.
"아니, 집사님 죽으면 죽으리라는 그런 마음 없습니까?"
그러자 그 분은 내 말이 이상하다는 듯이 하시는 말씀
"집사님은 그러면 그 길을 가시겠습니까 우리가 기도한다고 100%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 우리 아이 교육을 못시킬 정도가 되면 당연히 그만두어야지요"
이건 뭐 철부지도 아니고....
"글쎄요 저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기도하고 결단한 길은 굶어 죽더라도 믿고 가야지..."
10여분간 앉아서 이야기를 해도 서로에게 소득이 없을 것 같아 봉사를 핑계대고 저는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섰습니다.
"봉사, 자~알 하십시오"
그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저는 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하나님도 참 골치아프시겠습니다.'
교회에서의 직분은 서로 부러워할 것도 없고 시기할 것도 없고 그냥 자기의 직분에 감사하며 열심히 봉사하면 됩니다.
목사가 아니어도 우리에게는 하나님께 감사를 표현할 위치와 방법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직분이 집사인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힌지 모르겠습니다.
집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