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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일기

[신앙일기] 기독교의 힘


여러분은 기독교의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제 성탄절에 교회 차량을 운행하다 간단한 접촉사고가 있었습니다.
접촉사고라기보다 상대방 옷깃에 차량이 살짝 닿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경산중앙교회 성탄 축하 예배


성탄 예배를 마친 후 성도들을 태우고 반야월에서 골목길을 빠져 나오다 큰도로와 이어지는 부분을 만났습니다.
왼쪽에 쌩쌩달리는 차를 살피며 서서히 진입을 하는데 고개를 돌리니 어떤 할아버지께서 차량 바로 앞에 서 계신 겁니다.
황급히 차를 세웠습니다.
다행히 차가 슬그머니 굴러가는 정도였고 차가 신체에 접촉한 것이 아니고 그냥 할아버지 옷에 닿은 정도에서 멈췄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막 삿대질을 하는데 보니 도로에 페인트칠은 벗겨졌지만 엄연히 횡단보도였으며 파란불이었습니다.
사태가 나쁘게 될려면 이는 10대 중과실 사고가 되며 형사 처벌까지 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제가 보험업에 종사하니 너무나 잘 아는 사실입니다.

급히 차에서 내리니 술기운이 완연한 할아버지께서는 역정을 내시면서 자전거를 팽게치시더니 다짜고짜로 면허증을 내라는 것입니다. 뒤에 탔던 집사님들 서너 분이 내려서 아무리 잘못을 빌어도 술이 취한 할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습니다.

옆에 탔던 남자 집사님께서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가 할아버지를 설득하겠으니 나머지 성도들을 모셔다 드리라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등을 떠밀려 남은 성도들을 모셔다 드릴려고 운전대에 앉았습니다. 차를 운행하면서 생각나는 것이 "내가 감사를 하지 않으니 하나님께서 나에게 감사할 조건을 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책상 옆에는 연초에 작성한 '2009년 나의 신앙결심서'가 조용히 붙어 있습니다.
교회가 내어준 새해 계획표를 짜면서 교회가 제시한 여러 항목에 추가해서 제가 직접 적어 넣은 "감사헌금 - 1달에 1번"이라는 선명한 문구가 있습니다. 교회서 내준 계획표에는 없는 항목을 제가 직접 결심하며 적어 넣은 것입니다.
그 당시 결심에 1달에 1번, 어떤 형태로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감사 헌금을 할 작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직접 적어 넣은 그 항목을 몇달 지키지 못하고 그만 잊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회개를 하면서 이번 일이 순적히 지나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면서 할아버지께 드릴 합의금을 살폈습니다.
다시 돌아오니 여전히 할아버지는 완강하시고 112에 신고를 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몽땅 털어 5만원을 꺼내서 할아버지 주머니에 넣어 드리며
"할아버지 연말에 가족들과 함께 고기나 한근 끊어서 드세요"
하고 넣어 드렸습니다.

이윽고 순찰차가 도착하였고 너무나 선한 인상의 경찰관 두분이 내리셔서 양쪽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찰관 두분은 만면에 웃음을 띄시면서 할아버지에게
"젊은 사람들이 잘못했네요. 젊은 사람들이 잘못 했으면 무릎꿇고 빌어야지....."
하고 짐짓 큰소리로 우리를 나무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즉시 길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할아버지 아까도 용서를 구했지만 다시한번 용서를 구합니다"
다시 한번 경찰관께서
"할아버지 많이 아프시면 병원에 가셔야죠"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혀 꼬부라진 소리로
"아픈데는 없어. 이 사람들이 괘씸하다는거지....."
이렇게해서 사고는 해프닝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경찰관에게 할아버지께 식사나 하시라고 5만원의 성의 표시를 했다고 하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시며 조심해서 가라고 우리를 보내 주었습니다.

교회로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힘"이 아닐까
세상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온다면 아마도 '자기가 일진이 안 좋아서' 또는 '재수가 옴 붙어서 이런 경우를  당하였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할아버지를 원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독인은 문제의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찾고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하니 이런 좋은 종교가 세상에 어디에 있습니까
모든 기독인들이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기독교는 세상 사람들에게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이미지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 술이 취한 할아버지께서 술이 깨시면 만원짜리 지폐를 앞에 놓고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교회나 한번 가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임 : 위에서 저도 실수를 하였는데 마무리를 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벗어나면 뺑소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순찰차보다 제가 먼저 도착하여 그냥 넘어갔지만 일반인들은 잘 기억해 둬야 합니다.(뺑소니에 대한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