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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에세이

[신앙에세이] 기억되는 2009년도

축구를 좋아하던 윤선생님

2010년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이맘 때가 되면 한해를 정리하며 이것 저것을 둘러 보게 되는데 올해는 2009년도 이맘 때의 가슴 뿌듯한 일이 생각납니다.

10여년전 교회 새가족부에서 새로 교회에 등록한 성도들을 교육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여러 새가족중 유독 속을 썩이는 한 남자 성도님이 있었습니다. 5주간만 하면 새가족 교육과정을 마치는데 그 분은 툭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결석을 해서 거의 다른 사람의 두배의 시간을 들여 어렵사리 새가족 교육 과정을 마쳤습니다.

마쳤다기보다는 마쳐줬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신앙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 교회의 구성원이 되는데 교육 시간에는 대충 이해하는 모양새지만 한 주만 지나면 지난 주에 배운 내용을 까맣게 잊고 오거나 아니면 아예 교회를 오지 않는 겁니다. 새로 교육시킬 사람은 물밀듯이 대기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냥 포기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교육을 마쳐 주었습니다.



부인 집사님의 눈물의 기도 

그런데 그의 부인은 신앙이 매우 돈독한 분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이미 서리집사 임명을 받고 기도도 열심히 하고 봉사에도 적극적인 분이었습니다.
그 분은 이미 교회에 등록하였지만 남편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에 남편과 같이 새가족 교육을 신청하였고 교사로 있던 저에게 연결이 되었습니다.

남편을 향한 그분의 눈물어린 기도는 벌써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새가족 교육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청을 하였는데 남편은 계속 교육에 건성으로 참석하고 마음은 공과 함께 운동장을 뒹굴고 있었으니 그의 타들어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렵사리 교육을 마치고 내가 계속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겠노라고 약속은 하였지만 새롭게 연결되는 새가족이 너무나 많기에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할 약속임을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관심은 오로지 축구였습니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모이는 조기 축구에 그는 목을 메다싶이 열심을 내었습니다.
그래서 따분하게 교회에 앉아 공부아닌 공부를 해야 하니 죽을 맛이었나 봅니다.

그래도 그가 교회 문을 열고 들어온 것만 해도 그에게는 기적이고 변화였습니다.
그는 6-7년을 교회 주차장에서 교회문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었습니다.
부인과 아이들을 교회 앞마당에 내려다 주고는 조기 축구가 열리는 운동장으로 가거나 아니면 차 안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러다가 무슨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교회에 등록을 하고 새가족 교육을 받게 된 것입니다.

교육을 마친 후 가끔씩 교회에서 마주친 그 여자 집사님은 매번 울상이 되어 저의 손을 잡고 기도 부탁을 하였습니다.
"오늘도 축구하러 갔어요. 집사님 기도좀 해 주세요"
교회지만 눈물을 글썽이는 젊은 여자 집사님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민망하기도 하고 또 왠지 모르게 여자의 눈물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생각나는대로 남편을 위해 간절히,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새벽 기도때는 눈만 감으면 그 집사님의 눈물이 어른거려서 우선적으로 그 남편을 위해 기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서리 집사 임명받다

그런 그가 작년 2009년도에 드디어 서리 집사 임명을 받고 진정한 교회 식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마치 나의 일인양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는 이제 확실히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며 믿음을 교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저는  한달음에 그 부부가 같이 섬기고 있는 유년부실에 찾아갔습니다.
"집사님 축하합니다. 윤선생님 집사 임명 받았데요. 집사님 이제 눈물 기도 다 끝났네요."

"감사합니다. 다 집사님 기도 덕분입니다."

이제 남편은 완전히 교회 사람이 다 되었습니다.
축구를 하던 그 열정은 이제 금요성령예배 참석의 열정으로 바뀌었고 어느 자치기관을 가던지 활동력이 좋으니 총무를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축구는 교회에서 탁구로 바뀌었습니다. 탁구 소그룹에서 총무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신임 윤집사님 부부의 식당 에피소드

특별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길게 늘어 선 줄에서 신임 윤집사님, 부인의 어깨에 다정히 손을 올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 어느 여자 집사님.
"어~~ 두분 부부세요?"

"........"

실망이 역력한 그 집사님, 부인 집사님을 가리키며
"이 집사님 너무 좋은데....(어찌 이런 분과 부부인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는 신임 윤집사님
"이 무슨 ...."

뒤에서 듣고 있던 제가 한마디 해 주었습니다.
"이해 하이소, 우리 이집사님은 성령충만이고 이쪽 윤집사님은 아직 성질충만입니다. 곧 같아질 겁니다.ㅋㅋㅋ"

모두 세수도 미처하지 못한 꿰죄죄한 얼굴들이지만 마주보며 식당이 떠나가라 소리 크게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