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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에세이

[신앙에세이] 양들은 뿔난다

연말이 되니 교회내에서도 부서간 이동이 활발합니다.
새로운 가족을 맡는 부서는 탄식보다는 환영이 많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마도 새해를 맞는 분위기 쇄신 차원과 새해에 대한 소망이 섞여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그런데 교회내의 이런 부서간 이동에 섞여서 성도들을 뿔나게 하는 교역자들의 이동이 있습니다. 부임한지 1년도 되지 않은 목사님들의 타교회로의 이동입니다. 그들의 이임은 허탈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교육전도사이면 교회에서 1년마다 자격을 갱신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연장이 되지 않거나 아니면 기나긴 목회 생활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다른 교회로 이임을 하는 것은 하나님도 인정하시고 성도들도 수긍할 것입니다.

그런데 알것 다 아는 목사님들이 부임한지 1년도 되지 않아 교회를 옮기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좋게 생각되지를 않습니다. 도대체 하나님과 성도를 어떻게 알고 사역지를 1년만에 옮기는지요. 골목길 구멍가게도 1년은 갑니다. 그리고 길거리 좌판도 서너달은 갑니다. 서너달만에 교회를 사임하는 목회자는 무엇이며 1년만에 사역지를 옮기는 목회자는 또 무엇입니까.

구멍가게가 막대한 인테리어 비용을 손해보고 1년만에 문을 닫는 것은 쫄딱 망했거나 아니면 구멍가게 사장님의 신상에 변화가 생겼을 때입니다. 그러면 서너달 만에 교회를 사임하는 목회자와 1년만에 교회를 사임하는 목회자들은 위 사항보다 고차원적인 이유가 존재합니까


목회자쯤 된다면 아마 기도를 하고 부임을 했을 것입니다.
기독교가 척박한 대구경북 지방에 가서 담임목사님을 도와서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의를 선포하고 양들을 양육할지 계획을 세우고 부임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도와 다짐이 1년만에 변하는가요. 그것이 성도들에게 보여주는 믿음의 본 모습입니까

물론 때에 따라 구구절절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하나님의 일에 계획이 없이 구구절절 이유가 생기는 것 자체가 기도생활을 하지 않았음이요 믿음이 형편없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그러면서 지도자랍시고 성도들과의 대화에서는 말섞는 것조차 우위에 서려고 안간힘을 쓰더군요.

우리는 누구를 보며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까
물론 인간에게 초점을 맞추지 말고 하나님을 바라보고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사항이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면서도 뿔이 납니다.

이제는 판에 박은 듯한 부임인사도 좀 생각해서 하셨으면 합니다.
" 하나님의 뜻이 있어서 ...."
하나님과 성도 앞에 너무 가식적이잖아요. 차라리 아래와 같이 솔직하게 하십시오.
"보수도 적당한 것 같고....뭐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왔는데...까짓거 몇달간 생활해 보고 ....거뭐 좀더 좋은 조건이 있는 교회가 부르면 교회를 사임하고 가겠으니 성도 여러분들깨 양해를 구합니다"


이 얼마나 진솔하고 인간적인 면이 있습니까

아~~ 양들은 뿔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