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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에세이

[신앙에세이] '와신상담(臥薪嘗膽)'하는 마음으로


토요일에 차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맡긴 적이 있었습니다.
금방 수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더니 운행을 해야 할 시간까지 수리가 되지 않아서 카센타 사장님의 출퇴근 자가용을 잠시 빌려서 급한 볼일을 보아야 했습니다.

카센타 사장님의 차는 뉴그랜저로서 평소 내가 타고 다니는 오래된 승합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온갖 편의 장치들이 많았습니다. 내 승합차는 그날같이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문틈으로 온갖 찬바람이 들어오고 탁트인 도로를 달릴 때는 바람 때문에 차가 흔들려 속도를 최대한 낮추어서 조심 조심 운행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랜저는 밖에 바람이 부는지 안부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한 가운데서 편안하게 차를 운행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편한 것은 자동 변속기와 등과 엉덩이 부분에 전해져 오는 따뜻한 온기였습니다. 옛날 시골 사랑방의 온돌방이 연상될 정도로 차량 시트 안에 열선이 있어서 등과 허리, 엉덩이가 뜨끈 뜨끈한 것이 그렇게 기분이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차량을 운행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런 비싼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저 밖에 떨며 어깨를 웅크리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까?'
'이런 차 운전자가 승합차나 트럭들이 덜덜 거리면서 운행하는 기분을 알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고사성어에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섶에 눕고 쓸개를 맛본다는 뜻으로, 원수를 갚고자 고생을 참고 견디는 일을 가리키는 고사성어입니다.
저도 옛날에 빚쟁이에 쫒겨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빚 독촉전화에 진절머리가 나고 빚쟁이들이 몰려 와서 집을 쑥대밭을 만들까봐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빚갚으라고 하는 스트레스성 전화는 없습니다.
이제 전화벨이 울리면 어떤 반가운 소식일까하는 기대감이 앞섭니다.
옛날의 그 절망적인 상태는 완전히 벗어 났습니다.

그런데 그런 해방과 함께 내 비전에 대한 욕구도 벗어난 것이 아닌가 제 자신을 점검해 봤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려운 사람들의 그 절박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다시 허리띠를 졸라 매어야 되겠습니다.
와신상담(臥薪嘗膽)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내일 주님을 맞을 것 같은 정신으로 내일을 맞이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