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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세상읽기

[세상보기] 일부 철부지 학생들의 예배 사태를 보며

몇명의 철부지 학생들 때문에 불교계 뿐만이 아니라 온 나라가 마치 벌집을 쑤셔 놓은 것과 같습니다.
그와 반대로 우리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이런 사태에 매우 당황스럽고 곤혹스럽기 조차 합니다.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종교간 대립을 부추기고 심지어 MB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으로까지 몰고 가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일부 사람들의 섣부른 대응은 사태를 수습하기보다 도리어 상대의 화를 자극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은 우리들이 입이 열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명백한 잘못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잘못 가르친 잘못도 있고 방치한 잘못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크리스챤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봉은사 홈페이지에 찾아가서 기독교인임네 하며 사과를 쏟아내는 모습은 눈쌀을 찌푸리게 합니다. 이것이 또다른 우리 기독교계의 문제점이 아닌가 하고 저는 생각해 봅니다.




만약 이와같은 사태가 불교계나 천주교에서 일어 났다면 종단 차원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간다면 대표자가 찾아가 상대방과 함께 원탁에 앉아 기자들 앞에서 유감이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마무리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계는 단일 창구가 없다보니 중구난방식으로 찾아가서 사과를 하고 머리를 조아리니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도리어 화만 돋우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자칭 목사라고 하는 사람은 자기 블로그 글에 사과글 비슷하게 기독교계의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 조목 나열하니 블로거들에게는 박수를 받지만 기독교인인 제가 바라보건대 그것은 누워서 침뱉기밖에는 되지 않는 것 같아 실소를 자아냅니다.(http://koinespirit.tistory.com/22)

더 가관인 것은 찬양인도자 학교의 대표 목사님이 봉은사를 찾아가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서 관련자 학생들과 함께 주지 스님 앞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은 봉은사에서 예배를 드리는 철부지 학생들의 모습보다 제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정말 그 방법밖에는 없었을까요.



물론 잘못 가르킨 것에 대한 잘못은 사과를 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격이 있어야 합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면 그 나라의 대통령이 영접을 나옵니다. 그 나라의 총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의원내각제이고 총리가 실질적인 국가의 수반이라면 다른 대통령제의 나라를 방문하면 대통령이 나오지 않고 그 나라의 총리가 영접을 나옵니다. 그것이 관례이고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사태에서 어느 방법이 옳은 것인가는 기독교계 어른들이 좀더 토론하고 생각을 모아야 하겠지만 저 위 사진의 모습들은 정말 치욕스러운 모습이고 우리 자라나는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진입니다. 그러나 저 사진은 봉은사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이니 평생 없어지지 않겠지요. 저 사진은 한국 기독교계 역사에서 신사 참배와 아울러 두번째 치욕스런 사건이 될 것입니다.

우리 한국 기독교는 장로를 대통령으로 배출한 곳입니다. 지금 현직 대통령이 교회의 장로입니다.
대한민국이 독립국가로서 존재한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번 장관, 국회의원의 반 이상이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이렇게 밖으로 드러난 것 뿐만이 아니라 음으로 양으로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것은 기독교입니다.
나라에 각종 재난이 닥쳤을 때 모이는 의연금을 종교별로 구분을 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기독교인이 낸 의연금입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을 돕는 민간 단체의 3분의 2가 기독교 단체입니다.

지금 밖으로 드러나기에 '개독'이니 뭐니하며 욕을 먹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기독교의 영향력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막강합니다. 우리가 이런 자부심을 가지고 좀더 당당하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행동을 하여야지 아무 곳에 가서나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개인의 자존심을 넘어 이때까지 이루어 놓은 찬란한 기독교 역사에 먹칠을 하는 무책임한 일입니다.

한국 기독교는 대한민국에서 결코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이루어 왔습니다.
비록 간혹 비리 기독 정치인과 실정이 있었지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잘 날 없는 것처럼 그것은 숫자가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겨난 일에 불과합니다. 한국 기독교, 비굴하지 않고 좀더 당당하게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