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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세상읽기

[세상보기] 가공할 네티즌 수사대


참으로 놀랍고도 무서운 세상입니다.
35세의 중학교 여자 선생님이 자기가 담임으로 있는 학교의 아들 뻘밖에 되지 않는 15세 남학생과 성관계를 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아래의 정보만으로 그 여자 선생님을 추적하여 이름을 밝혀내고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한 네티즌들의 활약은 경이로움을 넘어 경악할 지경입니다.

- 서울 화곡동 소재 모 중학교
- 기간제 교사
- 3학년 담임
- 그녀의 나이

현재 인터넷에는 그 여자 선생님과 관계된 것은 모두 공개가 되어 있습니다.
사고가 난 중학교 이름, 그의 이름, 미니 홈피 주소, 사진첩, 남편 직업 등등


일명 네티즌 수사대라 지칭되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 다수가 국가의 정보 기관이 무색하리 만큼 엄청나고 세밀한 정보를 찾아내어 득의양양하게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들이 어떤 방법을 통하여 이 정보들을 모으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너무나 잔혹하고 무자비한 폭력집단입니다.

얼마전에는 이들 네티즌 수사대가 타블로라는 한 가수를 상대로 무차별 폭력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무려 18만명이라는 거대한 회원수를 거느리고 연일 타블로에 대한 세밀한 정보를 공개하더니 급기야 그들 입맛대로 편집, 확대 재생산하여 핵폭탄에 버금갈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한 사람을 향하여 발산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한 국가 기관의 경찰력을 움직이게끔 하었고 또 한 공중파 방송국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새롭게 생긴 타진요2


21세기에 새롭게 생겨난 폭력집단입니다.
그들은 총칼로 개인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하여 너무나 빠르고 신속하게 린치를 가하고 군중속으로 숨어 버립니다. 위의 여교사의 성추문도 하루만에 그의 신상정보가 모두 인터넷에 공개되어 버렸습니다.

지금 인터넷으로 한 사람을 파멸시키는 것은 이제 쉬운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IP를 추적하여 그의 집주소를 알아 낼 수 있고, Daum 로드뷰나 구글맵같은 공개된 인터넷 웹사이트를 이용하여 그 사람의 집주변까지 탐색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파블로를 공격하였던 왓비컴즈는 이제 또다른 네티즌 수사대에 의하여 그가 살고 있는 미국의 집주소와 그의 휴대폰 번호까지 인터넷에 다 공개되어 버리기도 하였습니다.

선명한 화질의 Daum 로드뷰 화면


한번 네티즌 수사대의 표적이 된다면 그가 살고 있는 집과 그가 다녔던 학교의 모든 기록들, 사진들, 가족들, 그와 거래하고 있는 슈퍼나 미용실 등은 모두 공개되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옴짝달싹할 수가 없습니다.

이와같은 정보력과 신속성이 공의를 위하여 사용되어 진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미아 찾기나 미해결 범죄의 해결에 사용되어 진다면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이때까지 이와같은 수사력은 좋은 일에 보다는 나쁜 일에 더 많이 사용되어졌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을 향하여 9가지 맞는 정보를 계속 제공하다가 마지막에 한가지 슬쩍 악의적인 정보를 끼워 넣는다면 영락없이 그 대상은 절대악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무서운 세상에서 어떻게 나를 지키며 내 가족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어느 때보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어야 할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