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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일기

[신앙일기] 오늘은 흐림


제가 마음이 많이 슬픕니다.
울분도 생기고 억울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합니다.

어제 형수님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평소에 숨을 거둔 크리스챤에게는 장례식장을 가서도 웃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하지만 그 분을 생각하건대 도무지 좋은 추억꺼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 인생이 슬프고 억울하고 허탈한 것입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그 분을 기억하는 이름은 이미 추할대로 추해져 버렸습니다.
그 분의 주장으로 인하여 어릴 적 집에서는 무당의 푸닥거리가 행해졌고 어머니는 10여년간 교회를 등져야 했습니다.

아름다운 뒷모습이 있어야 그 분을 생각하면 아쉬움을 느끼고 그리움을 느끼는데
살아 생전의 기억이란 오로지 오락 가락, 갈팡 지팡 밖에 없으니 그 인생이 억울하고 허탈한 것입니다.

이렇게 갈 바엔 교회에나 진득할 것이지
한 덩이 싸늘한 시체밖에 없는데 그것을 남기려고 그렇게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습니까

사람은 잘 먹고 잘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잘 죽어야 합니다.

그런데 죽을 데가 없어서 그렇게 고향을 떠나 멀리 이 곳 대구의 한 대학병원 심폐소생술에서 숨을 거두십니까
윗통을 발가벗기우고 젊은 의사가 강하게 가슴을 압박하는 가운데 그렇게 허무하게 생명의 끈을 놓으십니까
30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혼사도 치루지 못한 두 아들을 어찌 하라고 그렇게 무심하게 가십니까

간밤에 그렇게 창문을 두드리던 바람도 멎고 희뿌연 하늘이 열리고 아침을 맞았지만
제 마음에는 하늘이 내려 앉을 것 같은 억울한 먹장 구름만 보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