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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일기

[신앙일기] 빨리 망할 수 있는 은혜를


성경에 나오는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눅10:2)"는 말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큰 교회나 작은 교회나 할 일은 많은데 그에 필요한 봉사자들의 숫자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일꾼은 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마땅한 봉사 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가 3-4년간 운전 봉사하던 한 곳을 그만 두려고 합니다. 새해들어 부서의 리더가 바뀌어 벌써 3개월째에 접어 들었지만 아직까지 리더는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애궂은 남 탓만 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를 시키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대화를 시도하였지만 리더가 도무지 사태의 경중은 파악하려 하지 않고 자기 입장만 고수하고 남 탓만 하니 나중에는 대화조차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재 그 부서는 우리 교회의 한 부서인가 싶을 정도로 참담하기만 합니다. 벌써 3월인데도 아직 교사가 확정되지 않아 매주 교사가 바뀌다 싶이 합니다. 작년까지 그 부서는 리더를 중심으로 모든 교사들이 열과 성을 다하는 모범이 되는 부서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새로운 리더가 임명되고 교사가 물갈이 되더니 이제는 그야말로 일할 교사가 없는 참혹한 부서가 되고 말았습니다.

교회도 망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계신 교회라고 언제나 짱짱하게 영구할 순 없습니다. 하나님이 선택한 이스라엘 백성도 애굽에서 430년간 종살이를 했으며 화려했던 예루살렘 성전도 돌 하나도 돌 위에 놓이지 않을 만큼 처참하게 무너진 교훈을 우리는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이스라엘 백성이 타락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영적으로나 육적으로 타락하니 하나님의 선민이지만 이방 민족에게 처참하게 짓밟힌 것입니다. 이 성경이 사실이라면 그와 같은 일은 지금도 발생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우습게 알고 열과 성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부서는 망해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공의입니다.

지금 그 부서는 일할 교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작년에 봉사했던 교사들을 리더의 아집 때문에 불러 들이지를 않는 것입니다. 작년의 교사들은 일을 하고 싶은데 짤려서 일할 곳이 없으니 뿔뿔이 흩어져 아무 필요도 없는 영아부나 유치부 뒤편에 앉아서 시간을 떼우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낭비입니까

리더가 뭐가 그리 대단합니까. '미안하다' 하고 두세번만 찾아가서 부탁을 하면 다시 예전처럼 나와서 열심히 음식 만들고 밤낮없이 봉사할 사람들인데. 뻑하면 한다는 소리가 '하나님의 뜻이 어떻고 저떻고....' 정치인들 입만 열면 '국민의 뜻' 운운하며 진정 국민의 뜻에는 관심이 없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저는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작년의 리더와 현재의 리더, 담당 교역자, 이렇게 3자가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얘기를 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그러나 말을 꺼내자 마자 얼마나 열을 내는지 더이상 말을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6.25전쟁을 치루었던 남북의 정상도 만나 회담을 하는데 한 하나님을 모신 백성들이 못 만날 이유가 무엇이 있습니까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IMF를 수습하면서 하신 말씀
'망할 기업은 빨리 망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다른 기업이 같이 망하지 않는다.'
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교회도 망할 교회는 될 수 있으면 빨리 망해야 하고, 게으르고 악한 부서는 빨리 정리되어야지 더이상의 희생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상한 갈대도 꺽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심지도 꺼지 않으시는 분"(마12:20)이지만 이것은 저혼자 흔들리고 저혼자 꺼지는 갈대와 심지 정도가 아니라 앞날이 얼마 남지 않은 80-90살 노인들의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인사권을 행했던 교역자는 뒷짐지고 부드러운 리더쉽을 실험하는지 나 몰라라 하고 있고, 리더는 무지하고, 그 틈에 하루를 기약하기 어려운 노인들은 어수선한 교회에서 하릴없이 밥만 먹고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