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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칼럼

[신앙칼럼] 잠겨진 하나님의 집


제가 새벽기도를 가는 아파트 상가의 조그만 교회가 있습니다.
새벽기도 참석하는 인원이라고 해봤자 목사님과 타교회 성도 한분 그리고 가끔씩 참석하는 인원 한두 명이 전부인 아주 작은 교회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에 출입문을 보니 보안업체가 관리하고 있음을 알리는 카드체크기와 커다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몇일 전에 보안업체와 계약을 하고 경보기를 새로 설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파트 상가에 세 들어 있는 교회여서 목사님 사례비 주기에도 벅찰텐데 비싼 돈을 들여 보안업체에 그 관리를 맏겼다는 것이 오죽하면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성경에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막11:17)이라고 했는데 교회 문을 잠갔다는 것이 영 달갑지 않았습니다.

모름지기 하나님의 교회는 열려 있어야 합니다.
여하한 이유에도 성도들이 언제든지 들어가 맘껏 기도하고 찬양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경산중앙교회에도 이런 볼썽사나운 움직임이 있습니다.
언제 방문하더라도 경산중앙교회의 예배당 문은 활짝 열려 있어서 그것을 큰 다행이자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교회의 3, 4층 문을 주일과 금요일 외에는 잠가 두겠다는 것입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등뒤에 비수라도 꽃힌 듯 등짝이 서늘합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아주 그럴듯해 보입니다.
3층 어두컴컴한 구석에 부랑자들이 그랬는지 소변을 보아서 냄새가 난다는 것입니다.
바닥이 카펫으로 되어 있는데 그 곳에 소변을 보면 냄새가 진하여 고약한 냄새가 나겠지요.
그러니 3층 문을 잠가 놓겠다는 것은 일견 대단히 타당하고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은 왜 이리도 답답하고 아려올까요?
그것이 진정 최고, 최선의 결정입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 보기는 한 것입니까

가슴이 하도 답답하여 당회원 한분에게 건의를 하였습니다.
"장로님 그곳에다가 CCTV를 설치하고 커다랗게 형광 경고문을 써 놓으면 어떻겠습니까?"
대답은 일언지하에 거절 당하였습니다.
당회의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당회가 뭐하는 곳입니까
당회가 결정하면 무조건 교회 구성원은 이유불문하고 따라야 하는 것입니까
언제부터 당회가 하나님께 물어보지도 않고 교회 문을 닫아 놓겠다고 선포하는 것입니까

당회가 뭐하는 곳인지 제가 어릴 때부터 교회 생활을 했는데 왜 모르겠습니까
교회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의결 기관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불가피한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설득도 없이 당회가 결정했으니 집사 나부랑이는 무조건 따르라는 말로 들림은 어인 일입니까

제가 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2, 3층을 둘러보면 항상 3층, 4층에도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도 교회를 지나다가 잠시 들러 기도를 할 때면 대부분 3층으로 갑니다.
2층에는 사람들이 자주 들락거려서 기도 집중에 방해가 되고 또 긴의자에 잠시 피곤한 몸을 뉘울 수도 있었습니다.
잠시 푹신한 긴의자에 누우면 주님의 품에 안긴 듯 너무나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행복감과 가슴 뿌듯함은 하늘 나라에서나 가져야 하나요

저의 기도 자리를 빼앗겨서 투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회원의 퉁명스런 말투에 맘이 상해서도 아닙니다.
만민이 기도하는 집인 교회는 열려 있어야 한다는 성경말씀을 상기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2층이 넓으니 2층에서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2층에 1,000명도 넘게 들어갈 수 있으니 2층에서 기도해도 되겠지요.
그런데 그렇다면 굳이 새벽에 졸린 눈 비벼가며 교회에 올 필요 있나요
각자 집에서 기도하면 전기세도 들지 않고 교통비도 들지 않지요.
무소부재하신 하나님이 집에도 계시잖아요
주일에 교회는 뭣하러 힘들게 오나요.
인터넷 틀면 세계의 유명한 목사님의 설교를 내 안방에 앉아서 입맛대로 골라가며 들을 수 있는데요

식당에서 만난 어떤 장로님은 고가의 영상장비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CCTV를 설치하여 그 사람을 잡는다고 해서 다 부서졌는데 어떻게 변상받느냐고 말합니다.
영상장비는 우리의 예배를 돕기 위한 편리 도구에 불과합니다.
교회는 그런 고가의 영상 장비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아닙니다.
영상장비 때문에 몇몇 성도의 기도 흐름이 끊겨 실족케 된다면 영상장비는 없애버려야 합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예배당이 지나가는 부랑자가 와서 오줌을 싸도 된다는 그런 인식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에 우리는 가슴치며 회개해야 합니다.
언제부터 세상 사람들에게 교회는 아무나 들어와서 똥, 오줌을 싸놓고 가도 괜찮은 공간으로 인식되어 버렸습니까
예전에는 그래도 세상 사람들에게 예배당에 못된 짓하면 벌받을 것이라는 알수없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밖의 사람들이 예배당에 들어와서 느긋하게 오줌을 싸고 가도 되는 그런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당회에 묻고 싶습니다.
창고에 있는 감자를 쥐새끼가 갉아 먹으면 쥐새끼를 잡도록 해야지 아예 감자 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정말 올바른 결정인지 묻고 싶습니다.
부랑자가 소변을 보는 문제나 영상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머리를 맛대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교회의 문은 언제든지 24시간 개방해야 한다고 서명을 받는다면 지금 당회원의 숫자 15명보다 10배가 많은 150명은 족히 모을 자신이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제가 새벽기도를 가는 작은 교회의 목사님께 말씀을 드려서 열쇠를 하나 더 복사하여 가지고 있으면서 기도를 하고 싶을 땐 언제든지 밤에 그 열쇠를 가지고 교회에 들어가서 기도를 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보안업체 카드를 하나더 복사해 달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 교회는 이제 예전과 달리 그 교회 성도는 새벽기도 시간에 한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모님 조차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교회는 보안업체가 24시간 철통같은 경비를 합니다.

경산중앙교회의 미래는 어떤가요
장차 지금 우리 아파트에 있는 작은 교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철조망을 겹겹이 둘러 치고 있지는 않을까요.


올해로 경산중앙교회는 설립 50주년을 맞습니다.
설립 50주년을 맞아 사진전도 열고 음악회도 하고 모두들 축하를 주고, 축하를 받고 합니다.
그런데 아울러 예배당 문도 닫습니다.
기념할 것이 모자라 50주년 기념으로 예배당 문을 잠급니까?
교회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이고 종교개혁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