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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에세이

[신앙에세이] 부끄러운 지역이름


제가 사는 이 곳 경산은 13개의 대학과 54개의 초,중,고교가 밀집해 있는 전형적인 학원도시입니다. 시민들도 예전부터 이런 환경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경산이라는 명칭 앞에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명칭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삼성현의 도시 경산'이라는 것입니다.
원효, 설총, 일연이 출생한 곳이니 삼성현의 도시라는 것입니다.
지방자치시대에 지역을 특성화하는 브랜드 네임을 갖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며 어찌보면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것을 뭐라 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주도하는 사람이 교회에 적을 두고 있는 현직 집사인 시장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예전 시장들은 가만히 있었는데 교회 출신의 집사 시장이 이것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으며 교회의 힘으로 재선까지 했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그 동안 교회는 무엇을 했는지 통탄스럽습니다.

기회는 있었습니다.
현직 시장은 초기에 보궐선거로 시장에 당선되었었습니다. 그리고 막바로 친불교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없던 시청 마당에 초파일이 다가오면 연등탑이 세워지고 박물관을 비롯한 곳곳에 불교관련 행사와 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경산시청 앞의 연등탑


그리고 보궐선거로 시장에 당선된 후 몇개월이 지나지 않아 또다른 대형교회로 적을 옮겼습니다. 그야말로 철새교인이고 얌체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그 다음 선거에 또다시 그를 선택하여 시장이 되게 하였습니다.

도대체 교회가 정신이 있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그가 친불교정책을 시행할 때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담임목사는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인들은 정말 하나님의 말씀대로 비둘기처럼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롭게 후보를 뽑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비둘기처럼 멍청하게 그리고 이권을 바라보고 뱀처럼 사악하게 후보를 선택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 경산은 온통 삼성현으로 도배를 하다싶이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이름은 "삼성현00학교"가 등장했으며 택시는 "삼성현콜택시", 거리 이름은 "삼성현로, 원효로, 설총로, 일연로"입니다. 삼성현 역사문화공원이 완공을 기다리고 있으며 거리 곳곳은 "삼성현"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습니다. 시비를 투입하여 갓바위를 연계한 관광도시화 작업도 시동을 걸었습니다.

시장투표전에 교회 예배에 참석한 후보자에게 인사를 시키더니 보기좋게 교회는 버림을 당했습니다.
겉옷주고 속옷주고 나서 귀싸대기를 왕복으로 맞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제 교회는 망신스럽게도 거리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현, 갓바위 종교편향기독교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회보를 돌리고 있습니다.
서명을 하고 있습니다.
참 가지가지 합니다.


하나님의 교회가 망신을 당했는데 이제와서 그런 행동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재선에 도전할 때 성도들이 정당한 권리 행사로 재선을 막았어야 했는데 지금 와서 거리행진한다고 그가 물러 나겠습니까

지금 현직 시장은 뇌물수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가 혐의가 있어 시장직을 물러나던지 물러나지 않던지 이미 교회는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그가 혐의가 있다면 교회 집사 시장이 뇌물을 받은 것이고 다행히 혐의가 없어 시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면 삼성현의 도시는 더욱 가속도를 밟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귀와 눈과 입을 준 것은 그것을 가지고 먹고 즐기라고 준 것이 아닙니다.
보고 듣고 분별하여 무엇이 피조물인 우리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것인지를 판단하라고 준 것입니다.
이 사태를 어찌할 것입니까

"귀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찌어다"(계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