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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신앙칼럼

[신앙칼럼] 어른은 어른의 역할을 해야 한다.



2-3년 전의 일입니다.
같은 부서에서 봉사를 하시는 연세드신 한 권사님께서 어느 날 의기소침해서 저에게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교회에서 한 젊은 여자 집사님이 맨발가락을 드러내고 교회를 오는 것을 보고 한 마디 하였다고 합니다.
"맨발이네. 교회올 때는 양말이나 스타킹이라도 신고 오지....."
그러자 이 젊은 여자 집사님이 발끈해서 권사님이 들으라는 듯이 혼잣소리로 중얼거리더라는 것입니다.
"남이사 양말을 신고 오던지 말던지 무슨 상관이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있으니 어색한 분위기를 희석시키기 위해 옆에 앉은 다른 권사님이 이 권사님에게 핀잔을 주더라는 것입니다.
"요새 젊은 사람들 얼마나 똑똑한대. 지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그래서 졸지에 젊은 집사에게 욕을 얻어 먹은 권사님이 풀이 죽은 모습으로 정말 자기가 주책없이 말 실수를 한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 말을 듣고 속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서 권사님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아니오, 권사님. 아주 잘 하신 겁니다.
젊은 사람들이 듣던지 안 듣던지 어른들이 제 목소리를 내 주셔야 교회가 바른 길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꾸짖어 주십시오"

이와 같은 일이 비단 우리 교회만 있는 것은 아닌 줄로 압니다.
요새 교회에서 젊은 집사들이 맨발로 슬리퍼를 떨떨 끌고 와도 어느 누구 하나 잘못되었다고 말해주는 어른들이 없습니다.
교회 한 구석에서 젊은이들이 담배를 피워 물어도 안 보이는 곳에서 혀만 끌끌 차지 제지하는 어른이 없습니다..

교회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첫째로 교회 책임입니다.
너도 나도 결혼만 하면 집사 직분을 주니 서리집사가 무슨 결혼증명서인양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교회가 스스로 권위를 내어 던지고 값싼 복음을 남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값싼 복음을 주워 듣고 자란 세대들이 장로, 권사를 꿰차고 있으니 그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싸구려 정책뿐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겁내기 보다는 주위의 눈총을 무서워하고 민주주의에 길든 사고방식으로 교회의 여론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젊은 청년들이 교회에서 담배를 피워 물어도 요새 애들 무섭다는 말로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젊은 여집사의 맨발가락을 쳐다 보고도 애써 못본체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청년들을 꾸짖어도 봉변당하지 않습니다.
"어이 청년. 담배는 저 안 보이는 뒤켠에 가서 좀 피라"
      이러면 그 청년은 슬그머니 담뱃불을 끕니다.
절대 교회 마당에서 어른들을 집단 폭행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들은 지레 겁을 집어 먹고 봉변을 당할까봐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교회가 교회다워질려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제 역할을 해 주어야 합니다.
목사는 목사다워야 하고, 장로는 장로다워야 하고, 집사는 집사다워야 합니다.
민주주의 시대고 개방화 시대라고 목사가 집사같고 장로가 목사같고 집사가 장로같다면 그 교회는 망할 교회입니다.
아니 망해야 할 교회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른은 어른다워야 합니다.
어른이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마다하고 오로지 못본 체, 못 들은 체, 모르는 체만 한다면 그 교회의 장래는 암울합니다.

높으신 어르신네들.
제발 나이값 좀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