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리고 나/좋은 생각

감기 조심하세요.


'요새 감기 독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막상 당해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더군요.
어제는 감기의 진수(?)를 온 몸으로 느끼고 건강의 소중함을 몸소 느껴보는 하루였습니다.

요새 계속 일기가 고르지 못해 등산을 하지 못했더니 몸도 마음도 재충전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였습니다.
그래서 날씨를 검색하고 날씨가 맑다는 화요일을 D-day로 잡고 등산을 계획하였습니다.

드디어 벼르던 화요일 아침.
아침에 일어나니 몸은 다소 무거웠지만 오랫만에 산을 오른다는 설레임에 이런 신체적 조짐은 애써 무시하고 배낭을 꾸렸습니다. 카메라 챙기고 등산용 조끼, 챙이 넓은 모자, 물, 더운 날씨를 고려해 여름용 신발, 그리고 가까운 떡집에서 점심용 떡을 구입하였습니다.


간만에 들른 팔공산은 여전히 멋진 모습으로 나를 반겼습니다.
파르라니 깍은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눈에 거슬렸지만 풍경만으로 나에게 팔공산은 세계 최고의 명산입니다.
상쾌한 공기와 신체에 전해져오는 가벼운 힘듬은 세포 구석 구석에 맑고 신선한 피를 공급하는 것 같았습니다.
새들의 지저귐과 다람쥐의 재빠른 놀림은 잠자고 있던 나의 오감을 자극하고 코끝에 전해지는 향긋한 풀내음은 나의 잠자던 세포를 일깨우는 듯 하였습니다.

이미 익숙한 등산로를 따라 팔공산 정상에 오르니 슬슬 불길함으로 느끼던 신체적 조짐이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싸 가지고 온 점심도 식욕이 생기지 않아 물 한잔으로 떼우고 12시쯤에 서둘러 하산을 결정하였습니다.

내려오면서 발견한 것이 팔공산에는 성암산처럼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람이란 것이 참 간사한가 봅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것이 내가 필요하니 이렇게 간절하다 못해 애절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팔공산의 도로는 가파르고 오만했습니다.
신체적 약자를 위해 좀더 겸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방문객들에게 고행이라도 강요하듯이 깍아지른 도로는 얄밉기만 합니다.
나는 예수 믿는 사람인데....

예전같으면 한걸음에 내달아 내려올 길을 몇번이나 바위에 걸터 앉아 쉬면서 간신히 내려 왔습니다.
주차장에 내려와서 차를 몰 기운조차 없어서 차안에서 깊은 잠을 자고, 집에 와서는 안도감에 또 깊은 잠을 자고, 어제 밤에는 또다시 무려 9시간을 죽은 듯이 호흡외에는 모든 신체기능을 정지하고 침대에 등짝을 붙였습니다.

오늘 아침 오랜 잠의 후유증으로 허리가 아프고 머리는 띵하지만 달력은 하루가 지나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내가 아팠음을 기억도 하지 못하고 여전히 아침 해를 솟구쳐 올렸지만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롭게 되새겼습니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전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