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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세상읽기

[세상읽기] 125분의 불편한 진실 - 영화 <도가니>를 보고


영화 <도가니>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가 잘 되었다 못 되었다를 판단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상영되는 125분 내내 영화관 한복판에 앉아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봐야만 했던 불편했던 저의 느낌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그날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은 발디딜 틈없이 관객들로 꽉 들어 차 있었습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방학 때 말고는, 특히 이런 늦은 시간에 만원 사례는 일찍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인기 작가의 빅히트한 소설이었기에 그 기대감을 가지고 몰려 든 사람들이었을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주인공 강인호(공유 분)는 아주 어렵게 취업이 되어 청각장애인학교의 미술교사로 부임을 합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학교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는데 급기야 학생이 교사에 의해 구타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인호는 인권단체 간사인 서유진(정유미 분)과 함께 학교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데 학교에서 상습적으로 학생들을 성폭행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연줄로 연결된 경찰과 법원은 그 누구도 학생들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결국 인호와 유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폭행에 가담했던 가해자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학교로 복귀하게 됩니다.


내가 불편해 했던 사실은 영화에서 비치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어린 학생들을 성폭행한 교장은 그 지역교회의 장로입니다. 그는 장로의 직분을 이용해 뻔한 거짓말을 하고 - 극 초반에 이미 교장이 성폭행을 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인지시키고 있습니다 - 교회는 그를 옹호하기 위해 어깨 띠를 두르고 찬송가를 부르며 법원 앞에서 반대집회를 가집니다.

극에서 쓰이는 음악이 공교롭게도 '나는 가수다'로 인하여 재조명되고 있는 <가시나무>라는 곡입니다.


이 두가지 사실로 인하여 영화에서 기독교와 교회는 완전히 파렴치한 단체로 지명되었습니다.

오늘날 교회의 모습이 영화의 장면과 달랐다면 나는 차라리 홀가분하게 영화를 즐겼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 모습이 우리 교회의 현실이기에 나는 그 자리가 불편했고 곤혹스러웠습니다.

나는 조간신문으로 국민일보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모두가 알다싶이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대주주인 기독교 신문입니다.
국민일보에서 심심치 않게 보는 소식이 세상을 향한 기독교의 권리에 대한 주장입니다. 몇일 전에도 MBC PD수첩의 기독교 편향 보도에 대한 성토의 글을 보았습니다. 어떤 단체에서는 PD수첩 폐지 천만인 서명을 한다고 국민일보에서 전하더군요.

좋습니다. 우리 기독교도 악의적이고 진실을 외곡한 보도에는 정면 대응을 해야 겠지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 교회가 저지르는 잘못에 대하여도 우리는 사과를 해야 합니다


영화 <도가니>는 2005년도에 광주에서 실제 일어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영화입니다. 그런 사실에 대하여 왜 우리 교회는 사과를 하지 않는 것입니까 우리 교회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다른 단체나 개인의 권리나 인격도 소중한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뒤에서 들리는 한숨 소리와 뭐라 교회를 향하여 중얼거리는 소리, 분하여 눈물을 훌쩍이는 소리에 나는 낯이 뜨겁고 내가 교회를 다니는 것이 들킬까봐 숨을 죽여야만 했습니다.

이 영화는 전면적으로 기독교를 성토하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보이는 교회는 몹쓸 곳으로 보입니다.
거짓말하는 자를 장로로 모시는 곳, 성폭행범을 옹호하는 곳, 자기들의 이권에는 집회을 불사하는 곳.....

십자군 전쟁때 우리 교회가 휘둘렀던 무자비한 폭력은 낡은 역사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제도 있었고 지금도 어느 구석에선가 행해지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싫지만 이것을 인정해야만 하고 그들 앞에 우리의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지금 그들에게 우리가 개독으로 비치는 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 자초한 면이 있습니다.

이 영화가 관객 몇백만이 들지 모릅니다.- 오늘 아침 뉴스에 4일만에 관객 100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는군요 -
소설 50만부로 교회를 고발하더니 이제는 파괴력이 더 강한 영화로 교회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세상과 인터넷에서 교회 얘기만 나와도 진저리를 치고 개독이라고 달려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과 우리 사이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 옵니다.

"세상아 교회가 잘못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도가니 - 10점
공지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