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리고 나/신앙에세이

[신앙에세이] 치매와 친해지기


저는 왠지 장애인이나 환자들을 만나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도움을 주기 위해 거들어 줘야 할지 아니면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스스로 하게 놔둬야 할지 도무지 감을 못 잡겠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을 만나면 멀뚱멀뚱 서 있기가 뭣해서 슬그머니 그 자리를 피해 버립니다.



그런데 저는 몇년전부터 현재까지 아주 몹시 불편한 환자와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벌써 3-4년이 되었으니 치매와는 이제 친구가 될 법도 한데 아직까지 그것이 불편하고 힘듭니다.

무엇보다 나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사랑하는 어머니가 저렇게 망가져 가는 것이 못내 속이 상합니다.
결혼적령기때 어머니는 저의 이상형이 되어서 배우자를 어머니같은 여인을 고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점점 그 아리따운 모습을 잃어 가시고 저를 무척이나 힘들게 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어머니는 이른 새벽부터 욕을 하며 온집안을 들쑤셔 놓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는 자기가 낳은 자식을 향해 '×새끼'를 연발하십니다.
그리고 이치에 맞지도 않는 옛날 얘기를 꺼집어 내며 온갖 원망을 쏟아 놓습니다.

멀리 사는 형제들은 입 버릇처럼 말합니다.
"어머니 말씀, 괘의치 말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리라"
예전에 7남매를 홀로 키우실 때 그 분의 말씀은 하늘이고 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신분과 모습은 그대로 인데 이제는 그 분의 말씀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려야 한다니 이런 억울한 인생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래도 어찌하겠습니까 이것이 공생의 방법이라면.....

치매와 친해지기, 실제 겪어보니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잘못한 일 없이 아침부터 어머니로부터 바가지 욕을 먹으면 부아도 나고 억울도 하고 힘도 빠집니다.
기분은 후덥지근한 장마철의 하늘 마냥 온통 먹장 구름이 되고 스트레스에 지친 몸은 땅에라도 파고 들듯 천근만근이 됩니다. 그리고 하소연할 데 없는 표정은 시골 마을 어귀에 서있는 깍아 놓은 장승같은 모습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일요일에 교회 차량 봉사를 하는 가운데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께서 다니시는 가까운 교회의 새로 오신 목사님의 사모님이십니다. 어머니의 허리 통증 때문에 며칠간 교회를 가지 못하시니 안부차 전화하신 것입니다.
마지막 말이 아프고 지친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팝니다.

"교회에서 직분이 뭔지 모르겠지만 어머니 수발부터 하는 것이 맞지 않아요?"

어머니께서 교회를 못올 정도로 편찮으시니 교회 봉사 같은 것 때려 치우고 병수발이나 하라는 것이지요.

"모시고 가서 니가 한번 해볼래?"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차에 탄 성도들이 놀랄 것 같아 억지로 눌러 참았습니다.

저도 힘듭니다.
차라리 대신 아파 줬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합니다.
나를 어설픈 말로 위로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내버려 두세요.
그리고 제발 너나 잘 하세요 .